독서기록/미니멀라이프

메이커(maker)로 사는 삶('좋은 인생 실험실')

굿띵쓰 2024. 2. 7. 09:30
 
좋은 인생 실험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수동적인 소비자'로 살기를 그만두고 '능동적인 메이커'로 되기로 결정한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충격과 묘한 설렘을 동시에 느꼈다. '이런 삶도 가능 하구나.', '이렇게까지 근본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구나'하는 충격이었다. 저자는 광고회사 사무직 노동자로 일하였으나, '나를 다르게 쓰고 싶다'는 세포들의 바람을 느꼈고, 그것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 
 저자는 한 벌의 옷이 있으며, 직업은 따로 가지고 있지 않고, 대부분의 물건은 직접 만들거나 서로 물건을 교환하는 선물(gift) 경제를 통해 살아간다. 자신의 배설물을 연료 만드는데 활용하며, 심지어 자동차의 기름까지도  폐기름을 통해서 만들어낸다. 
 당장 이런 삶에 뛰어들고 싶게 텍스트 마저도 매우 생생하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사는 삶은 마치 이미 사용된 물건, 이미 소모된 에너지에 존경을 표하는 일 같다. 누더기가 다 된 내 운동화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갔을 연료와 생산 공정에 쓰였을 기계, 유통시키기 위해 동원되었을 복잡한 시스템을 떠올린다. 각 공정에 참여했을 사람도 상상해 본다. 통근 시간이면 일터를 오갔을 그들, 집에서 그들을 기다렸을 아이들과 반려동물, 만일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그 시간에 했을 다른 행위들, 그들이 못 받았을 전화, 못 보고 놓친 석양 같은 것들..... 나도 물론 새 운동화가 좋다. 하지만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생명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남김없이 쓸 때 그 물건을 만드는 데 들었을 활동과 자원을 덜 낭비한다는 기분이 든다. 내게는 이런 의미가 새 물건을 가지고 싶은 갈망보다 더 크다. 어떤 것이든 생명을 늘려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p.33)

 우리의 생활 사이클은 우리가 손수 만들 수도 있는 것들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패턴의 무한반복이었다. 손수 만든다면 더 잘, 그리고 더 책임감 있게 만들 수도 있을 물건들을 사기 위해서였다. 리는 우리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인 창조성을 돈과 맞바꾸고 있었다. 우리의 노동은 이 지구에서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드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이런 사실을 절감했다.(P.60)
 신중한 구매 결정을 통해 어떤 물건을 들여야 할지 고민 하는 것, 또는 신중한 고민을 통해 어떤 물건을 처분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이미 소유한 물건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남김 없이' 다 사용한다는 저자의 태도에서 고수의 향기가 물씬 난다. 이미 지구에는 너무 많은 물건들이 있다. 그리고 삶을 더욱더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들은 계속해서 생산되고, 예쁜 디자인의 물건들도 계속해서 생산된다. 어떤 물건을 들이거나 처분한 것이 나의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단정하기 전에,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어떻게 하면 오래오래 그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쓸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보편적인 기준에서는 이 물건은 이미 수명이 다했다고 생각하는 물건도 다른 용도로 사용해 볼 수 없는 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보통 노동과 소비의 쳇바퀴의 굴레에 올라타 있는 듯 하다. 주로 구매하는 품목들을 손수 직접 하나씩 만들어 보면 그것이야말로 잃어버렸던 창의성을 되찾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아닐까. 저자는 책에서 치약, 세척제 등을 직접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범위를 확장하여 먹거리, 때로는 옷, 가방 등까지 손수 만들어서 사용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여기 왔구나.' 나는 생각했다. '끝을 보기 위해서, 내 지식이 끝나는 지점을 보기 위해서.' 나는 정확히 내가 원하던 곳, 즉 불편한 곳에 있었다. 내가 그렇게도 몹시 갈망하는 것은 바로 새로운 것이었다. 그것은 '상식'이었다. 그 지점에 가까이 가고 있는 한 지금 여러 가지가 불편한 것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다. 나는 상식을 얻을 수 있는 한 지금 여러 가지가 불편한 것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다. 나는 상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자연에 가깝게 살고, 시행착오를 허용하며, 귀 기울여 듣고, 집을 손수 지어보고,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고, 새 이웃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걸어다니고, 식물을 키우고, 요리를 해봄으로써 상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나는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지식은 단지 책을 읽거나 남들이 하는 말을 얻어들어서가 아니라 경험에서 올 것이라는 것이 내 직감이었다.(P.115)
 저자의 삶을 엿보며 삶에 '직접적 참여'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몸으로 부딪히고 실질적인 지식을 익히며 다양한 경험을 통한 진짜 삶. 하루의 대부분은 직장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길다. 고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퇴근 후  '생활'을 돌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기 보다는 지치는 일을 가깝고, 그저 해야만하는 숙제에 가깝다. '생활'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는 삶은 훨씬 생생한 삶일 것 같다. 
 요즘은 생활을 하는데에 있어서 '불편함'에 관한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우리의 생활은 어디까지 편리해야 할까? 어떤 편리함까지 제공하는 물건을 구매해야 할까? 편리해지지만 점점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듦으로써 따라오는 부정적인 면은 없을까? 생활에서 일정부분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삶의 생생함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행위 자체를 위해서 한다
-평소에 사서 쓰던 것부터 직접 만들어본다
-구입하는 모든 것에 책임감을 느끼자 
-중고품을 사라
-고장 난 것은 고쳐 쓴다
-빚을 내지 말자
-부가 아니라 풍요로움을 추구하자
-브랜드에서 자유로워져라
-근본적인 지식을 쌓으라
 마지막 파트에서는 메이커(maker)로서 탈소비주의의 삶을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구입하는 모든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새 제품이 아닌 중고품을 구매하고, 고장난 것은 고쳐쓰는 것 등 능동적인 메이커(maker)가 되기 위한 세부적인 여러가지 방법들을 보여준다. 책에서 제시하는 모든 방법들을 한 번에 실천 할 수는 없겠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보며 나의 삶의 방향도 '능동적인 메이커로서의 생생한 삶으로 '한 발짝씩 옮겨가고 싶다. 

 
 

능동적인 메이커(maker)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