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미니멀라이프

사물과 사유('일상이 미니멀')

굿띵쓰 2024. 2. 9. 11:28
 페렉은 소유가 편의와 생존을 넘어, 이념과 욕망, 이상과 판타지. 열정과 경멸, 자유 지성, 유머, 젊음 이라고 했다. 그 시대의 청춘들은 <엑스프레스>의 주장과 지향을 동경하고 지지하기에 그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생활 속 모든 사물에도 이 같은 가치 판단의 과정이 서려 있다고 했다.(p.6)
 소유는 그저 물건을 가져다는 것 외에도 많은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편의와 생존'뿐만 아니라 '이념과 욕망, 이상과 판타지, 열정과 경멸, 자유 지성, 유머, 젊음' 및 '가치 판단 과정'까지 서려 있다니. 갑자기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경이 쓰인다. 나는 나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런점에서 물건에 대해 사유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건과 나의 관계, 물건과 나와 세상의 관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찰해볼 수 있기 떄문이다. 미니멀리스트인 저자는 29가지 사물에 관해 살펴보고 사유한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한다.

 물건의 값어치는 두 번 결정된다. 구입 당시 한 번, 사용하는 동안 또 한 번. 물건에 양품과 졸품이 있듯이 소유에도 격과 급이 있다. (중략) 같은 물건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즉 소유의 품격에 따라 새것보다 더 애착이 가는 헌것이 되기도 하고, 헌것보다 못한 새것이 되기도 한다. 
 품위 있는 소유는 웬만한 소비보다 만족감이 높다. 가진 것을 살뜰하게 관리하고 사는 곳을 정갈하게  유지하며 얻는 만족이 매번 새것을 구입하며 충족할 만족보다 질도 높고 지속성도 더 있다. 무언가를 새롭게 사고 소비하는 행위 이상으로 가진 것을 소중하게 쓰고 돌보며 얻는 만족이 결코 적지 않다.(p.32)

소비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 가진 것을 상태 좋게 관리하는 데만 신경을 쏟아도 늘 시간이 부족하기에, 좀처럼 소비의 부재를 의식할 새가 없는 것이다. 가급적 적게 소유할고 노력하는 이유도, 소유의 무게가 가벼운 편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관심을 쏟기가 쉽기 때문이다.
 원했던 것을 손에 얻는 즐거움, 새로운 것을 구경하는 재미가 삶의 크나큰 기쁨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책임감 있게 관리할 수 있어야 새것을 들이는 기쁨 또한 온전히 누릴수 있다.(p.33)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애정으로 소중하게 돌보는 '품위 있는 소유'라는 것은 참으로 우아한 태도인 것 같다. 물건을 들일때도 신중하게 들이고, 그 물건을 들이기로 결정했던 자신을 믿고, 내 소유가 된 물건을 살뜰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이럴 때 느껴지는 만족감은 생활에 대한 자신감으로까지 확장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쏟다보면 가지지 못한 물건에 대한 부재를 의식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 공감이 된다. 정리나 청소를 열심히 하다보면 힘이 들어서 새로운 물건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기도 하고, '아, 이런 물건도 이미 있었지!'하는 순간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쇼핑하기'를 선택하는 때도 있는 것 같은데, 그 여백의 시간들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며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수납을 없애고 집의 면적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살림의 규모가 줄고 단순한 생활이 시작된다. 물건이 늘어날 구실부터 싹을 자르면 가진 물건을 검토하고 들일 물건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일이 습관처럼 자연스레 몸에 밴다. 집이 좁으니 둘 수 있는 가구의 수는 한정적이고, 선반이 하나뿐이니 놓을 수 있는 그릇의 개수도 몇 안 된다. 책장 위 작은 서랍장은 서랍 한개에 연고, 두통약, 볼펜 두어 개를 넣으면 만석이다.(p.41)

 소유욕을 감당할 넓이의 집에 살 경제력이 안 되면, 쾌적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욕망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작은 그릇을 쓰고 작은 수저를 쓰면 과식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듯이, 큰 집에 살지 않는 것은 가장 적절하게 소유할 수 있는 하나의 노하우다.
(중략)
 주어진 공간에 맞게 소유를 조정한다. 집이 작아지면 들이는 책의 권수, 가구의 크기, 집기의 개수도 함께 줄어야 마땅하다. 은 공간, 부족한 수납은 소유를 줄일 최고의 명분이다. 다시 말해, 적은 노력으로 정리를 생활화할 수 있는 최상의 지침이다.(p.42) 
 '넉넉한 수납 공간'이 최고의 미덕인 줄 알았던 때가 지나고, 수납장 자체를 들이지 않거나 작은 수납장을 사용하면 수납할 물건을 자연스럽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꽤나 충격적이었다. 욕망을 축소하고, 소유를 조정하여 적은 물건으로 살림을 단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간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다. 

그 외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물건을 자취를 더듬어 가다보면, 가장 생생한 나의 현재를 조우할 수 있다. 단지 현재와 미래의 상징에 그치지 않고, 의욕을 되찾게 하고 실천을 통해 독려 하며 지속의 근거로 자리해준다. 소유에 기대어 동기를 촉진하지 않아도 될 만큼 행위에 자신이 싹드면, 물건의 존재감도 미미해진다. 사용자의 곁에서 시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쓰임이 다하면 또 묵묵히 자리를 비운다.(p.38)

 

추천합니다!!